친구를 만났다
늘 그렇듯이 맛난 거 먹으면서
늘 그렇듯이 나와 너의 이야기를 했다
누구에게나 나와 너의 이야기는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다
풀어내지 못한 근심과 걱정을
오늘도 풀어내지 못할지라도
밖으로 쏟아내는 그 순간만큼은
실타래의 매듭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그러나 친구는 변함이 없다
3년전에도 그랬고
2년전에도 그랬고
1년전에도 그랬다
늘 매듭만 발견하고는 아직까지
풀어내지를 못하고 있다
뭐 사람마다의 속도는 다른 법이니까
매듭이 많이 엉켜있는 건지
푸는 기술이 엉성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그녀가 오늘은
알을 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40대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몰랐던) 상황이
왜 50이 되면서부터 거슬리고 불편하고 못견디는 걸까?
정말 갱년기와 관련이 있는 걸까?
호르몬의 변화가 일으킨 몸과 감정의 혼돈상태인가?
그 혼돈상태가 일으킨 자아에 대한 탐구인가?
그래서인지 친구는 계속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어..왜 자꾸 그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어..."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고 답답하니 알고 싶고 알고 싶으니
자꾸자꾸 나 자신을 돌아보고 관찰하게 되나 보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이제서야 알아보려고 애쓰는 것 같았다
마치 알을 깨고 나오려는 것처럼
우리는 다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프다 혼란스럽고 힘들고 무섭다
왜 여자는 50이 되어서야 알을 깨야되는지 모르다가
문득 어쩌면 알을 품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식과 양육을 다 하고 난 후 진정으로 자신의 알을 깨는 인생인건가
그래 그런 인생 또한 어떠하리 저런 인생이면 어떠하리...
알을 다 깨고 나와 훨훨 날수나 있었으면 좋겠다
저 멀리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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