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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네요. 너무 좋아요.
비오고 흐린 날은 얼마전까지 너무 싫어
극혐의 대상중 하나였는데 말이에요.
지금은 시원한 빗소리도 좋고
물기먹은 공기도 좋고
살짝 어둑한 그 차분함도 좋아요.
참 신기하지 않나요?
그 대상은 원래 그대로인데
내 마음상태에 따라 좋았다싫었다하는 게.
내 안에 우울,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가득할 땐
오감으로 느껴지는 감각조차도 그 영향을 받는 거죠.
투명한 물에 파란색 물감을 떨어뜨리는 것과
핑크빛 물에 파란색 물감을 떨어뜨리는 것이 다르듯이.
경험 많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누군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그게 기분좋았다가 기분나빴다가
무언가를 애정했다가 미워했다가
그것이 즐거웠다가 두려웠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근데 자꾸 까먹고 착각을 합니다.
싫은 누군가, 기분나쁜 그게, 미운 무언가, 두려운 그것이
문제라고 탓을 하거든요.
비오는 날이 문제라고 탓할수 있나요?
그럴 땐 그냥 비오는 날이 싫은 내 마음이
뭔가 투명하지 않구나 알아채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저도 자꾸 까먹어요.
그러다 이렇게 비오는 날 좋은 감정이 들면
예전의 나를 상기하면서 다시 되새깁니다.
언젠가 또 비오는 날이 싫어지게 되는 날
투명하지 않은 내 마음을 꼭 알아챌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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