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군가의 경험을 언젠가는 꼭
내게도 베풀어준다 아주 친절하게도
얼마전 사장의 보이스피싱사건보다
훨씬 더 큰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굳이 안좋은 일(금전적인 손실)이라고 칭하지 않으련다
그저 살면서 우연찮게 일어나는 어떤 일일뿐
그 일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라 꽤 벅차고 충격이 컸지만
다행히 나는 얼마전 사장사건의 경험으로
얻은 깨달음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큰일이 생길 때는 최대한으로 힘을 빼라"
마치 사장사건은 내게 이런 일을 대비하기 위한
예행연습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 힘들었던 일주일이 감사했다
그건 산들바람이었고 이번엔 꽤 큰 태풍이었으니
거대한 바람이 내 몸을 통과해 지나갈 수 있도록
나는 최대한으로 힘을 빼기로 했다
그리고 그 일로 생긴 여러 감정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놀람, 당황스러움, 억울함, 속상함, 아까움, 슬픔...
자연히 생길 수밖에 없는 이 감정들을 마주하고
밖으로 표출이 되도록 따로 시간을 내주었다
밤에 산책을 하면서 울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내뱉기도 하면서
오로지 내게서 일어난 감정에만 귀기울여주었다
나와 그 일을 철저히 분리시키고
그저 힘을 뺀 채 내 감정을 조용히 달래주었다
그러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면 이 상황은 자연히 종료(손실에 대한 잊혀짐)가 될테니
이 어려운? 상황을 힘들지 않게 잘 극복해서 지나보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앞으로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불쑥불쑥 떠오를 것이다
잘못된 신념, 고정관념, 미신, 습관화된 망상과 에고 등등..
나를 괴롭히는 그것들이 앞으로도 시도때도 없이
내 머릿속에서 툭툭 떠오를 게 틀림이 없으니
바로 알아차리고 더이상 확대해석하지 말며
절대로 믿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대신 내가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분명 나의 자유의지니)
내게 일어난 일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지
또 어떤 깨달음과 배움을 줄지에 촛점을 맞췄다
나는 감당하기 버겁고 힘든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반드시 성장한다고 믿고 있었기에 이번 일로 인해
분명 또 한단계의 성장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그 손실에 대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을 난 돈을 주고 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란 말인가
살면서 고통은 피할수가 없으니 그 고통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할 기회를 잡으라고 하던 쇼펜하우어의 말이 곱씹어진다
지금도 그 일은 진행중이지만 난 다시 일상의 패턴으로 돌아왔다
그 일과 나는 별개이므로 이제는 하늘의 뜻에 맡기고
나는 나의 루틴대로 살아가면 그만이리라
시간이 지나면 어떤 깨달음을 또 내게 선물로 주시겠지
앞으로 내게 오는 그 어떠한 일이라도 두렵지 않고
물처럼 바람처럼 자연스럽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나는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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