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좋은 습관 중 하나는 곱씹기다
오래전 일을 곱씹는 게 아니라
바로 얼마전 일어난 일을 곱씹고 곱씹는 거다
자세히 살펴보니까 그것도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대화에 대한 내용에 관해 계속해서 떠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며칠전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데
그 이후 난 그 대화에 관한 일을 계속해서 곱씹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곱씹는 내용의 대부분은 나의 이야기였다
즉 그때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었을 때
(난 이러이러해... 난 이러이러해서 그래..그래서 난 그렇게 해...와 같은)
나를 변명하는, 나의 상황을 이해 또는 설득시키기 위한
충분한 말을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가 있었을 때 특히 그랬다
과거를 곱씹는 이유는
타인에게 완벽하게 보이려는 욕구가 강해서고
자신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때문이라고 한다
미처 하지 못한 나의 이야기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때
이렇게 얘기할 걸..저렇게 표현할 걸...하며
나는 그 상황을 계속 반복해서 곱씹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도 그렇다
어떤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미처 가기도 전에 의사샘과의 대화를 미리 상상하는데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말해야 된다는 생각때문인 것도 같다
이거 또한 나의 이야기(내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를
누군가에게 충분하고 제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강해서일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어쩔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수렵채집 시대같은 어려운 환경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생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른 사람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놔야 내가 위험해졌을 때
도움을 받아 죽지 않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남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리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단위의 원시시대와는 달리 지금의 세상은 어떠한가?
우리가 관계를 맺어야 하고 만나야 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직접적으로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SNS) 접촉해야 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그 많은 관계를 충족시켜야 하는 현실과
한명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 사이에는 간극이 생길수밖에 없다
어쩔수 없다지만 분명 나의 욕구가 더 강한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욕구가 강하니 저렇게 곱씹기를 하고 미리상상하는 짓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어쨌든 난 이미 고정돼 버린 곱씹기와 미리 상상하는 습관이 버겁고 지친다
그 시간에 소중한 현재를 날려버리는 게 너무 아깝다
난 그냥 이대로,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하고 포기하며 살고 싶진 않다
원인을 알았으니 방법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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