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기질과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고
특별한 경험들에 의해 습관화되어버린 한 개인의 성향은
온전히 이해받아야 하는 것일까?
고의성도 없이 의도치 않더라도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면
무조건 비난받고 욕을 먹어야 하는 걸까?
알고 한 행동만 나쁜 것일까?
모르고 한 행동에는 떳떳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편의상 다양성은 고려하지 않음)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함 없이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A가 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 결핍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B가 있다
A와 B가 만나 소통하는 과정에서
A의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B에게 상대적 박탈감으로 상처가 되었다면!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A의 잘못일까?
부정적 정서를 일으킨 B 개인의 문제일까?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
인생경험에서 큰 굴곡이 없고 무난하게 살아온 C가 있고
어떤 커다란 안좋은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 D가 있다
둘의 우연한 대화 중에
아무생각없이 무심코 던진 C의 말이 D의 상처를 후비는 바람에
감정적으로 못참은 D가 C에게 실수를 했다면!
상대의 감정을 알아채진 못한 C의 잘못인가?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하지 못한 D의 실수인가?
ABCD의 순수한 잘못인가?
ABCD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개인의 문제인가?
우리는 누구나 ABCD 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과연 나쁜 의도로, 고의로, 악의를 갖고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대를 몰라서
그게 잘못인지 몰라서
뭐가 잘못된건지 몰라서
우리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상대의 처지가 될 수 있고
상대가 나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걸 아는 지혜가 있다면
아마 미친듯이 욕을 하고 죽일듯이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다
유전적 기질과 주어진 환경을 내맘대로 고를 수는 없겠지만
사람의 감정은 선택적 영역이 아니라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스런 본능이기 때문이다